• 최종편집 2020-07-08 (수)

사라지는 것들의 아름다움

김 목/논설위원·광주남구청소년수련관장

댓글 0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기사입력 : 2020.06.30 15:00
  • 프린터
  • 이메일
  • 스크랩
  • 글자크게
  • 글자작게

김목.jpg


요즈음 광주 남구의 진산인 제석산에서 짝을 찾는 비둘기 울음소리가 들린다. 이른 봄에 울던 소쩍새, 그 뒤에 울던 검은등뻐꾸기는 이제 짝짓기를 하고 한 해 살림을 시작했을 거다.
지난해에 이어 어김없이 이어지는 이 제석산의 새소리는 자연의 순환이다. 갑작스러운 변괴만 없다면 이 자연의 순리는 사라지지 않고 해마다 평화롭게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계절이 바뀌며 들리는 이 새소리는 누구에게는 추억이고, 누구에게는 기다림이며 그리움이고, 누구에게는 자연의 아름다움일 것이다.
하지만 한 번 사라지고 나면 다시 보기 어려운 것들도 많다. 우리 생활 주변의 것들만 해도 그렇다.
전파사가 그중 하나다. 예전에 길가의 그 전파사는 거리를 걷는 사람들에게 멋진 음악을 공짜로 듣게 해주었다. 비 오는 날, 바람에 낙엽이 날리는 날, 하얀 눈이 펄펄 날리는 날, 거리에서 듣던 그 음악은 낭만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지나간 향수일 뿐이다.
양장점이나 양복점, 구둣방도 이제는 보기 힘든 이름이다. 생산, 소비의 자동화 시스템이 가져온 변화이다. 이발소는 또 어떤가? 아마도 이발사를 하려는 사람이 없어서도 이 직종은 사라지고 있을 것이다. 이밖에도 학교 앞 문방구나 골목길의 점방, 작은 선술집 등도 찾기 어려운 지난 시대의 유물이 되었다.
도심의 풍경도 마찬가지로 상전벽해다. 어린 시절 모래 장난을 하고 송사리를 쫓던 개울은 사라지고, 꽤 수량이 풍부하던 내도 복개가 되어 눈앞에서 사라져버렸다. 도시발전에 따른 어쩔 수 없는 현상이지만, 이렇게 사라져버린 풍광은 계절이 바뀌어도 다시 되돌아오지 않기에 아쉬움이 크다.
현재 백운고가차도 철거 공사가 한창이다. 백운고가차도가 있는 백운광장은 구도심과 외곽을 연결하는 광주의 남쪽 관문이다. 지난 1989년 11월 개통 이래 31년 만에 철거되는 것이다. 일찍이 복개되었지만, 예전에 이곳 고가차도 아래쪽에서 주월동 쪽으로 흘러가는 냇물이 있었다. 당시 비만 오면 이 내를 중심으로 물이 차올라 땅이 질다는 ‘진다리’라 했으니, 백운동의 옛 이름이다. 그리고 이곳에서 만든 진다리붓은 유명한 붓이었다. 60~70년대 광주전남에서 학교에 다녔다면 이 붓으로 습자연습을 했을 것이다.
아무튼, 이 백운고가차도는 이제 도시철도 2호선에게 그 임무를 맡기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광주 남구청에 따르면, 이 고가차도 대신 지하차도가 만들어지고 2023년에는 도시철도 2호선 1구간 백운광장역이 개통할 예정이라고 한다.
더하여 이곳 백운광장 일대를 중심으로 도시재생사업을 벌여 쇠락하는 상권을 다시 살리고, 유스타운을 조성하여 젊은 층이 찾아오게 한다는 것이다. 옛 보훈병원 부지 일대가 이 유스타운의 거점인데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청년복합플랫폼에는 청년창업 지원센터가 들어서고 8층 규모의 청년창업 지원주택도 조성될 것이라고 한다. 백운광장과 푸른길공원을 연결하는 공중보행로, 푸른길공원에는 스트리트푸드존, 로컬푸드직매장이 들어서고 전기차 충전시설을 갖춘 주차장도 마련된다고 한다. 또한, 백운광장과 맞닿은 광주 남구청사는 건물 외벽에 다양한 영상을 투사하는 미디어파사드로 활용된다고 하니, 사뭇 그 기대가 크다.
광주 남구의회 오영순 사회건설위원장은 ‘도시철도 2호선이 개통되면 남구청사 앞 백운광장은 남부권의 중심 역세권이 되고,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초고층 빌딩이 들어서서 미국의 맨해튼과 같은 모습으로 바뀔 것’이라 한다.
예전 사직동 앞을 흐르는 광주천의 이름이 대추여울이었다. 무등산에서 솟아오르는 해가 강물에 어려 잘 익은 대춧빛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 백운광장 일대의 초고층 빌딩숲은 그 무등의 잘 익은 대춧빛을 가장 먼저 받는 도심 풍광의 명소가 될 것이다.
하지만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고,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이다. 논밭과 과수원 사이로 맑은 내가 흐르던 과거의 백운·봉선동 일대의 풍광이 사라졌듯, 이제 또다시 현재의 모습도 우리 눈앞에서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고 변화와 발전을 두려워하거나 거부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면서 그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아름다움도 마음속에 간직했으면 한다.

 

태그

전체댓글 0

  • 03907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사라지는 것들의 아름다움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