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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숨, 쉼터 나무 이야기/완도 신지 이광사 소나무

수려하고 웅혼함 넘치는 동국진체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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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2.06.30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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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사소나무.jpg


명사십리 신지도는 참 아름답고 평화로운 섬이다. 지금은 연도교가 놓이고 연륙이 되었지만, 신지면 대곡70번길 33은 조선의 큰 서예가 이광사, 또 조선 후기의 문신 목내선, 시인 이세보, 개화사상가 지석영 등이 귀양을 산 외롭고 쓸쓸한 유배지 섬이었다.

본관이 전주인 이광사(1705~1777)는 조선 제2대 정종의 서얼 왕자인 덕천군 이후생의 후손이다. 실학의 사상적 토대였던 양명학자로 강화도에서 학문을 이었던 강화학파이다. 이들을 또 육진팔광(六眞八匡)이라 한다.

경종이 즉위하여 집권세력인 소론은 노론을 숙청했다. 경종이 후사가 없어 이복동생인 영조가 왕이 되었고 이번엔 집권세력인 노론이 소론을 숙청했다. 이때 소론으로 이조참판이던 이진유는 추자도로 유배되었다가 의금부로 압송되어 사약을 마셨다.

이에 이진유의 후손들이 강화도로 들어가 학문에만 힘썼는데, 이들을 강화학파라고 한다. 육진팔광은 육진과 팔광의 합친 말인데 육진은 이진유와 같은 진(眞) 자 항렬로 이진순, 이진수 등 6명이다. 팔광은 아래 항렬인 광(匡) 자로 이광세, 이광보, 이광사 등 8명이다.

그렇게 이들 이진유 후손들이 강화도에서 6대 250여 년 동안 강화학파를 계승하니, 이를 육대계승이라 한다. 1대 이광사, 2대 이긍익, 6대 이건창 등 십수 명의 선비가 그들이다.

이광사가 19세 때인 영조 1년(1724)이다. 아버지 이진검이 전라도 강진의 유배지에서 사망했다. 어려움 속에서도 이광사는 강화도에서 학문과 글씨를 익혀 자신의 호를 따라 원교체라고도 하는 동국진체를 완성했다. 이 동국진체는 중국 서체를 뛰어넘어 넘치거나 기울지 않으며 힘이 있으니, 한마디로 수려하고 웅혼함이 넘친다.

영조 31년(1755)이다. 나주 객사에 ‘간신이 조정에 가득하여 백성들이 도탄에 빠졌다.’는 글을 역시 영조 1년에 제주도로 유배되었다가 나주로 이배된 윤지가 붙였다.

이 일로 이광사는 1755년 함경북도 부령으로 유배되었다. 이때 이광사가 옥중에서 사사되었다는 말에 부인 문화 류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또 유배지에서 글과 글씨를 가르쳐 선동한다는 죄목으로 1762년 전남 신지도로 이배되었으며, 72세 때 그곳에서 생을 마쳤다.

이광사는 죽은 이듬해인 1778년 선조들이 묻혀있는 경기도 장단 송남 거창지에 아내 류씨와 함께 묻혔다. 하지만 묘역이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DMZ)의 수풀 속에 있다.

이광사의 글씨는 대흥사의 ‘대웅보전’을 비롯하여 강진 백련사 ‘대웅보전’, 지리산 ‘천은사’, 고창 ‘선운사’, 김제 ‘금산사’의 현판에서 볼 수 있다. 이광사 글씨의 깊이를 알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 김정희(1786~1856)가 제주도 귀양 길에 초의선사에게 ‘조선의 글씨를 다 망친 게 원교인데 어떻게 그가 쓴 대웅보전 현판을 걸어놓을 수 있는가’라며 떼게 했다. 하지만 9년 뒤 서울로 가며 ‘옛날 내가 귀양길에 떼어내라 했던 원교의 현판을 다시 달아달라’고 했다.

또 이광사의 아들 이긍익은 빈곤 속에서도 우리나라 야사 모음집 연려실기술을 집필했다. 연려실은 한나라 유항이 글을 정리할 때 신선이 명아주 지팡이를 태워 방을 밝힌 것에서 유래한다. 밤이면 바느질도 못 하는 순이 엄마 방에 달아준 달처럼, 기름 살 돈도 넉넉지 않았던 이광사는 달 대신 이 글씨를 써주며 아들을 격려했다.

15년간 이광사가 머물렀던 신지도의 집에서 바다가 보인다. 그 푸른 바다를 가리는 마을 앞 황토 언덕의 붉은색이 싫어 소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이광사가 심은 3백여 살의 이 푸른 소나무가 이제 이광사의 적거지를 바라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 궁금하다.

김 목/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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