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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숨, 쉼터, 나무 이야기/광주 절골 박상 소나무

조선 선비의 기개와 정신의 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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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2.06.02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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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 소나무.jpg

 

박상은 1474년인 성종 5년에 광주광역시 서구 서창동 절골에서 태어났다. 충청도 회덕에서 살던 아버지 박지흥이 세조가 왕위에 오르는 것을 보고, 벼슬길을 포기한 뒤, 처가인 하동 정씨 마을로 이거 했기 때문이다. 호가 눌재인 박상은 당시 조선을 대표하는 선비이자, 불의를 용납하지 않는 정의로운 공직자로, 숱한 일화를 남겼다.

연산군 시절이다. 이때에 미녀와 좋은 말을 구하기 위하여 지방에 파견한 관리로 채홍준사가 있었다. 연산군 11년인 1505년 6월에 이계동을 전라도, 임숭재를 경상도·충청도 채홍준사로 임명한 게 처음이다. 그 뒤 이들을 각지로 파견하며 우수한 실적을 올리는 자에게는 작위와 토지, 노비를 주었고, 간택된 여자 집에도 특혜를 주었다.

이때에 나주에 쇠부리, 또는 우부리라 불리는 자가 있었다. 바로 이 자의 딸이 채홍사의 눈에 띄어 연산군의 후궁이 되었다. 이에 우부리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날뛰며 할 수 있는 나쁜 짓은 다 했다. 하지만 종2품인 전라관찰사도, 정3품인 나주 목사도 우부리의 못된 짓을 그저 눈치만 보고 있어야 했다.

이걸 알고 박상은 정5품으로 지방의 관리를 감찰하는 전라도사에 자원하여 나주에 들렀다. 나주목의 이방이 어떻게든 이 상황을 수습해보려 했으나, 박상은 곧바로 우부리를 체포해 오라고 했다. 결국, 우부리는 나주목 관아에서 곤장형을 받았는데, 그만 죽고 말았다.

이러니 우부리 집안에서는 장례도 치르지 않고 한양의 딸에게 달려가고, 박상도 연산군에게 사실을 이야기하러 가게 되었다. 박상이 장성갈재에 이르렀을 때다. 연산군의 사약을 가지고 오는 금부도사와 한양으로 가는 박상이 이곳에서 길이 엇갈렸다. 고양이 한 마리가 박상의 바짓가랑이를 물고 다른 샛길로 안내한 것이다. 그리고 곧 중종반정이 일어나 우부리 사건은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이때의 인연으로 박상이 고양이 제사를 위해 광산구 하남면 오산리의 40여 두락 전답을 금강산 정양사의 묘답으로 두었으나, 일제강점기 주인이 없는 역둔토라 하여 국유화되었다.

이어 1506년 반정으로 왕위에 오른 중종 시절이다. 중종의 첫 부인인 신 씨의 아버지 신수근은 연산군 때의 좌의정으로 반정에 참여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죽임을 당했다. 따라서 신 씨도 왕비가 되지 못하고, 반정 7일 만에 쫓겨났다. 그리고 10년 뒤인 1515년 둘째 비인 장경왕후 윤 씨가 훗날 인종이 되는 왕자를 낳고 또 일주일 만에 죽었다. 이때 담양부사이던 박상이 새 중전을 뽑지 말고 폐위된 신 씨를 복위시키자는 상소를 올렸다.

순창 강천산의 삼인대가 이때의 유적지로 박상과 순창군수 김정, 무안현감 유옥 등 세 사람이 이곳 소나무 가지에 관인을 걸어 놓고 신 씨를 왕비로 복위시키자는 상소를 결의하고 맹세했다. 이 일로 중벌의 위기에 처한 박상은 조광조 덕분에 1년여 남평 유배형으로 그쳤다.

또 이런 인연으로 1519년 기묘사화에 능주로 유배 가는 조광조를 광주 학동 원지교에서 만났다. 한 달여 만에 사약을 받은 조광조의 시신이 이듬해에 달구지에 실려 고향으로 갈 때다, 박상은 다시 원지교로 나갔다. 그 한탄을 ‘뒷날 저승에서 다시 만나면…’이라는 시로 남겼다.

조선 선비의 기개와 정신의 표본인 박상의 묘는 그가 태어났던 절골 마을 뒷산에 있다. 소나무, 참나무가 우거진 숲을 오르면 몇 그루 소나무가 그를 향해 경배하듯 서 있다. 오래된 소나무로는 보이지 않지만, 선비의 기개, 무늬만이 아닌 진정으로 공정과 정의를 실천한 눌재 박상의 기상을 닮았다. 감히 머리 숙여 말없이 누워 계시는 선생을 뵙는다.

김 목/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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