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2-08-18 (목)

“물레방아 도는 힘, 한반도 이끈다!”

신계륜 윤이상평화재단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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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2.05.25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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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대선 아쉬움 버려야!” 지방선거 행태 지적
  2014년 청와대 하명수사로 정치적 좌절 “결국 내탓”
“호남 위상 확립해 한반도 평화·통일 이끌 것” 다짐
5·18이 42년째다. 헌법에 넣어야 할 가치라는 찬사부터 모리배들이 짬짜미로 잇속 챙기는 야바위판이라는 비판까지, 더께는 쌓이고 또 커진다.
비좁은 땅덩어리가 갈라진 것도 안타까운데, 그나마 온갖 구실과 핑계로 나뉘고 쪼개져 성한 곳이 없게 만드는 것이다.
해마다 5월이 되면, 거리에 사람이 많아지고, 시끄러워지고, 길이 막히고, 곳곳이 난장(亂場)이 된다.
어떤 여지도 용납하지 않고 무류(無謬)를 지향하며, 독선(獨善)의 탑을 쌓는다. 그 위를 박제(剝製)된 이념과 그 희생물이 슬픔을 강요하며 유령처럼 떠돈다.
그 성소(聖所)가 바로 광주다. 무덤을 만들고, 넓히고, 꾸민다. 늘 조종(弔鐘)이 울리고, 비가(悲歌)가 흐르고, 비싼 값의 곡비(哭婢)들이 흐느낀다. 비석들이 임립(林立)한 그늘에 무저갱(無底坑)을 차려놓고 아귀(餓鬼)들처럼 끝도 없이 먹어댄다.
그러나 신계륜 이사장(윤이상평화재단·신정치문화원)은 〈5·18광주〉를 찾는다. 살아남은 죄(罪)를 빌고, 죽음으로도 다하지 못할 벌(罰)을 청한다.
시공(時空)의 구별을 한탄하며, 일체(一體)의 간절한 지향을 삭힌다.
날로 새로워지는 깃발을 추스르며 사라진 옛 동지를 그려 국립5·18묘지를 찾은 신계륜 이사장과 함께 광주5·18 42주년 주변을 살폈다.
-근황을 알려달라.
나는 내 국회의원 선거(총선)를 6회, 대통령 선거를 3회 치렀다. 큰 선거를 핵심에서 경험한 것이다. 지금도 어떤 상황을 무슨 관점에서 보더라도 (내가) 정치를 떠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새삼 절감하고 있다. 최근에는 제도권 정치를 포함해서 사회(특히 환경과 평화), 시민 관련 문제 등 다양한 영역으로 관심 분야가 넓어졌다. 
2009년에 6·15선언과 10·4선언을 지지하며 창립한 사단법인 신정치문화원을 계속 운영하고 있다. 그 중점 사업이 남북간의 협력과 평화를 추구하는 「걸어서평화만들기」인데, 갈수록 참여자가 늘어나는 등 더 활발해지고 있다.
세계적 작곡가인 윤이상 선생을 기념하는 「재단법인 윤이상평화재단」 이사장으로서 봉사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 5·18 42주년을 맞은 소감은?
 5·18을 맞아 광주를 찾아 참배하는 것은 끝나지 않을 나의 참회다. 혼자이거나 여럿일 때나, 일반 시민이거나 국회의원일 때나 변하지 않을 것이다. 살아남은 죄에 대해 스스로 정한 벌(罰) 가운데 하나다.
올해는 특히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 선생이 1981년에 완성한 교향시 “광주여 영원히!(Exemplum in Memoriam Gwangju)”가 마음에 맺힌다. 이 곡은 광주민주화운동을 묘사한 세계 최초의 대 서사시이다. 그런데 광주에서 자행된 학살과 그것을 극복한 광주의 항쟁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린 이 명작이 우리나라에서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이 곡이 5·18공식기념식이 열리는 국립5·18민주묘지에서 매년 공연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중앙정부 및 광주광역시와 협의해 가능성을 키워갈 것이다.
-대선 이후 민주당을 자평(自評)한다면?
대선 당사자인 이재명 후보, 당을 이끌었던 송영길 대표 그리고 지도부까지 아무 반성도 없이 그대로 지방선거에 임하고 있다. 득표율 0.73% 차이에 집착하는 민주당 당사자들의 태도에 문제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더 깊이 보면, 다음 총선(22대, 2024년 실시)을 생각하는 출마예상자들의 조바심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대선 패배에 대한 분노도, 아쉬운 비상대책위원회 구성과 운영도, 실망스러운 지방선거 공천 파행도 돌이킬 수는 없다. 그 모든 것에 대해 국민들이 가차(假借) 없이 평가할 것이다.
-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고난을 겪었는데?
회상하기도 힘든 일이다. 2014년 세월호 참사로 궁지에 몰린 당시 청와대는 무려 민주당 국회의원 24명을 이른바 입법로비혐의(서울종합예술직업전문학교·치과의사협회·대한물리치료사협회·한전 KDN 등)로 수사에 착수해서 일대 공안 정국을 만들었음이 당시 민정수석 김영환의 비망록으로 나중에 밝혀졌다.
촛불 혁명이 없었다면 이 사실도 묻혔을 것이다, 나는 그 중 첫 번째 타겟이었다(2020년 10월 KBS 시사직격 참조).
나는 ‘1980년 서울의 봄’ 당시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을 시작으로 온갖 고난을 겪으며 민주화운동에 헌신했다. 1992년 총선에서 고향 함평 출마를 고사하고 서울 성북구을에 출마해 최연소 국회의원(당시 37세)의 영광을 누렸다.
그러나 이 성과를 잘 발전시키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지켜내지도 못했다. 어느 새 내 소매에 묻고 살쩍에 엉긴 세월의 때를 의식하지 못했다. 그것은 전적으로 내 잘못이다.
통상적인 연말 선물까지 뇌물로 엮어 문제 삼아도, 청와대 하명·표적수사고 정치적 음해라고 해도,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고 해도, 결국 모두 내 책임인 것이다.
-정치는 어떤 것인가?
시대마다 핵심 정치 과제가 변한다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제식민지배에서) 독립한 시기, 산업화 시기, 민주주의 정착 시기 그리고 민주주의 심화·발전 시기(사회 구성원 간 대립·갈등 시기)에 정치의 의미가 다를 수밖에 없다. 현재 민주주의 심화·발전 시기에 우리 정치의 가장 크고 중요한 과제는 남북의 대립과 갈등이라고 하겠다.
이 사실에 눈감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이 중요한 사안에 대해 현재 우리 정치는 김대중 대통령 시기보다 퇴보한 모습만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 대선 과정에 확인됐지만, 여야 모두 한반도 문제에 대해 초보적인 견해 외에 아무 가능성도 내놓지 못했다. 성숙된 우리 민주주의의 실체를 확인시키고 그 바탕에서 전망을 제시하는 데 실패했을 뿐 아니라, 비참할 만큼 유치한 논쟁으로 일관했던 것이다.
나는 대선 후 어지러운 마음을 추스르면서 독일 통일을 떠올렸다. 성숙한 서독 민주주의가 결국 독일 통일의 위업을 달성했다는 것을 절감했다.
한계나 성역 없는 민주주의의 성숙만이 우리 정치를 선진화할 것이고, 한반도 통일과 자주 국가 건설도 가능해질 것이다.
-득의의 순간과 실의의 순간을 꼽는다면?
득의의 순간은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다. 민주주의를 위해 젊은 시절 모든 것을 바친 내 노력이 현실 정치에서 결실한 상징적 사건이기 때문이다. 다들 김대중 정부에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분주했는데, 나는 흥분상태에서 벗어나 정신을 차리는 데만 거의 반년이 걸렸다. 순진한 탓도 있지만 나에게는 그만큼 중요한 순간이었다.
실의의 순간도 정치적이다. 내 삶에서 1980년 5월 광주만큼 결정적인 일이 또 있을까 싶다. 당시 ‘서울의 봄’ 상황에 고려대 총학생회장으로서 시위를 주도하다가 5월 18일 지명수배됐다. 검거를 피해서 간 곳이 광주였고, 5월 27일 계엄군이 도청을 점령한 다음 날 다시 지명수배를 피해 광주를 떠났다. 이때의 절망감 즉 실의가 이후 내 인생 대부분을 지배했다.
-앞으로 목표는?
앞에서도 거론됐지만, 2014년 민주당 대표 출마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당시 청와대의 기획·하명수사로 나의 제도권 정치 경력은 멈췄다.  그러나 내가 살아있는 한 중단하지도 포기하지도 않을 신념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호남이 없으면 민주당은 존재하지 않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도 없다는, 절실한 경험에서 우러나는 강력한 확신이다.
또 하나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가능하게 하려면 민주주의가 온전히 정착돼야 한다는 신념이다.
나는 현 상황에 선출직 출마 등 제도권 정치인으로서의 역할과 가능성을 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호남의 길고도 고난에 찬 여정이 제대로 평가될 때까지 정치적 활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며,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과제 해결에 여생을 바칠 생각이다.
그 과정에 민주당원으로서, 선출 공직 경험자로서, 무엇보다도 호남인이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어떤 역할이건 주어진다면 무조건 거부하지는 않을 것이다.    
-본인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물레방아(溪輪)!
-원칙이 있다면?
공사(公私)의 구분이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선거운동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온 나라가 ‘전장(戰場)’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패배를 설욕하겠다는 투지에 불태우면서 특히 호남지역 ‘수성(守城)’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상황은 만만치 않다. 대선 승리를 바탕으로 제2당의 기세가 거세고 거의 예외가 없다시피 한 경선 파행으로 ‘집토끼 사정’도 전 같지 않다. 내우외환(內憂外患)이 바탈길을 굴러내려가는 바윗돌 꼴이다.
무소속 연대 등 반(反) 민주당 바람이 거세지면서 ‘호남정치’ 복원에 대한 담론이 피어나고 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민주당에 볼모로 잡힌 꼴인 호남의 정치적 상황이 갈수록 소외되고 입지가 축소되기 때문이다.
공사 중인 구조물이 무너지고, 강고하기만 할 것 같던 권력조차 뺏기는 상황을 불러 온 것은 결국 독점의 폐해 때문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므로 전 정권에서 결정적 음해를 당하고, 그러면서도 첫 뜻을 꺾지 않고, 밀려나 있으면서도 동지들에게 칼을 꽂지 않은 신계륜 이사장에 주목하는 지역민들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물레방아는 물이 흐르지 않으면 멈춰, 쉰다. 어느 것인들 그러지 않겠는가. 다만 물이 흘러 뭔가, 어딘가를 추구해 갈 때 그 동력(動力)을 사람들이 이롭게 쓰도록 돕는 것이 바로 물레방아다. 동북아뿐 아니라 세계의 중핵(中核)이라는 한반도가 움직이고 있다. 그 거대한 물결을 가늠하고 이끌 ‘물레방아’로 신계륜 이사장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신계륜 이사장은 부인(김유미, 미술강사)과 어머니(93세)를 모시고 있다. 하루 평균 5~7km를 걷고 가끔 배드민턴 치기로 건강을 관리한다.(前 대한배드민턴협회회장, 현 고문)
취미는 바다낚시(前 프로낚시연맹 총재) 종교는 기독교(성북구 종암중앙교회)
저서로 신계륜일기(2007, 나남) 걸어서평화만들기(2010, 하이미디어) 내 안의 전쟁과 평화(2011, 나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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